[서양의학사 탐방] 8-1. 그리스 아테네에서 본 서양의학사
그리스 아테네 신 아크로폴리스 박물관
& 국립 고고학 박물관
주요 유럽 국가에서 떨어져있는 그리스를 육로로 가는 것은 쉽지 않았다. 서유럽과 동유럽 일부를 탐방한 후 그리스로 가기 위해 비행기를 이용했다.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그리스 아테네로 이동했으며 밤 9시 경 아테네 공항에 도착했다. 밤에 도착해 공항버스를 타고 신타그마 광장으로 이동할 때 약간의 불안과 설렘을 안고 있었다. 밤의 아테네는 조용했다. 버스를 타고 가는 동안 불빛은 가로등 밖에 없었으며 인적이 드물었다. 하지만 신타그마 광장에 도착하자 아름다운 분수와 많은 사람들이 보였다. 신타그마 바로 직전까지 어두운 거리였는데 이렇게 달라지자 번화가와 그 외 지역의 차이가 꽤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 중후반의 시기였기에 꽤 무거워진 캐리어를 끌고 구글 지도에서 알려준 버스를 타러 걸어갔다. 그런데 구글 지도에서 알려준 버스 정류장에는 해당 버스가 있지 않았다. 이미 밤 11시를 향해가는 시간이었기에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고 생각해 묵기로 한 펠라 인 호스텔까지 걸어가기로 하였다. 신타그마 광장과 이어진 번화가의 길을 약 1km 정도 걸으면 숙소가 있었기에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블록도로를 걸어갔다. 이미 상점은 문을 닫았지만 일부 남아있는 사람들이 있었으며 그 중 노숙인들도 있었다. 그 도로에는 다른 곳보다 많은 수의 노숙인들이 있었는데, 경제 불황으로 인해 거리로 나오게 된 것으로 보인다. 펠라 인 호스텔에 도착해 2인 엘리베이터에 몸을 구겨 넣고 4인 혼성 도미토리에 짐을 풀었다. 호스텔의 옥상에서 보는 아테네의 모습은 굉장히 황홀했는데, 그 이유는 바로 어디서나 보이는 아크로폴리스 때문이었다. 저 높이 보이는 아크로폴리스는 조명을 받아 고고하게 빛나고 있었는데 내가 그리스 아테네에 있다는 것을 실감 나게 했다. 아테네를 여행하는 다른 여행자들과 대화를 나누다 비행으로 인한 피로에 잠을 취하러 갔다.
아테네에 묵는 기간이 2박으로 짧았기에 효율적인 탐방을 위해 다음날 아테네 워킹투어를 하였다. 아크로폴리스와 아고라, 제우스 신전과 판아테나 스타디움을 방문했다. 아크로폴리스는 그리스 도시국가의 중심지에 있는 언덕으로, 아테네의 아크로폴리스는 건축이 자연환경과 조화를 이루는 최상의 표현물이라고 인정받는다. 아크로폴리스에는 익티노스가 세운 파르테논 신전, 에레크테이온 신전, 기념 조각 형태의 아크로폴리스 신전 입구인 프로필라이온, 아테나 니케 신전 등이 있다. 이 기념물들은 고전주의의 정신과 문명의 보편성을 상징하며 고대 그리스가 세계에 남긴 가장 위대한 건축과 예술의 복합체로 칭송받고 있다. 기원전 5세기에 그 높은 언덕까지 무거운 건축 재료들을 운반하기 위해 사용했을 기술들, 아름다움을 느끼게 하는 건축의 수학적 비례, 현재까지도 보존되고 있는 지속성이 인상적이다.
아테네의 아스클레피온 신전은 기원전 420년 아크로폴리스 남쪽 사면, 디오니소스 극장과 Pelargikon Wall 사이에서 발견되었다. 신 숭배는 점차 토착 영웅-의사와 Amphiaraos를 대체하기 시작했다. 기원전 4세기 중반 기념비적인 형태를 지닌 신전엔 아스클레피오스와 하이기아의 석상이 있는 신전, 두 개의 큰 스토아, 신성한 분수가 있었다. 스토아 중 하나는 Abaton 또는 enkoimeterion으로 불렸는데 이곳에서 환자가 잠들면 신이 꿈 속에 나타났고 다른 하나는 환자나 아스클레피오스 사제가 머물렀다. 기원후 4세기, Julian the Apostate 황제가 통치할 때, 신전의 일부 건물이 보수되었고 방문객과 순례자들이 지속적으로 방문했다. 기원후 5세기에 초기엔 예수 그리스도, 후에 의사이자 사제인 Kosmas와 Damianos에게 헌정된 넓은 기독교 바실리카가 아스클레피온 폐허 위에 세워졌다. 아스클레피온을 발굴하면서 치료에 대한 감사와 간청이 담긴 숭배자들의 헌정품들이 다수 발견되었다. 가장 특유한 것들은 신전 모양의 대리석 봉헌 부조로, 숭배자들이 아스클레피오스와 그의 가족들에게 공물을 바치는 모습이 묘사되어 있다.
다음날 아침, 국립고고학박물관을 방문하기 위해 숙소를 나섰다. 그리스는 구글지도가 정확하지 않아 버스정류장을 찾지 못하고 헤맸다. 같은 도로를 몇 번을 왔다갔다 하다가 드디어 버스정류장을 찾고 맛있는 버블와플과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버스를 타고 약 30분쯤 갔을까, 번화했던 신타그마 광장, 모나스트라키 시장을 지나고, 오모니아 광장을 지나 한적한 박물관 정류장에 도착했다.
국립고고학박물관에는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비잔틴 시대까지 걸친 수많은 유물, 조각품, 미술품이 소장되어 있다. 국립고고학박물관에 서는 고대 그리스 의학과 관련한 유물 관람을 할 수 있었다. 고대에 그리스 로마인들은 프로메테우스로 인해 제우스가 화났을 때 질병이 생기고 판도라가 악의 상자를 열었을 때 퍼져나갔다고 생각했는데, 신이 질병을 보내고 치료도 해준다고 믿었다. 최초의 의사이자 치료자는 아폴로신이었는데 그 다음은 기원전 6세기 신격화된 그의 아들 아스클레피오스였다. 아스클레피이아라고 불리는 그의 신성한 요양원은 기원전 5세기부터 번성했다. 건강의 화신인 하이기아는 지역의 치료자이자 영웅과 함께 숭배 받았다. 전사의 상처에 의학과 수술을 적용한 최초의 증거는 호메로스에게서 찾을 수 있다. 호메로스 당시의 의사들은 전수받은 경험과 치료능력에 의존했다.
히포크라테스(460-370BC)는 의학의 아버지로 불린다. 철학적인 사색, 이성적인 의료행위를 통해 그는 과학적인 의학(수술, 부인과 산파, 안과, 치과, 식이요법, 약리학) 의 기초를 세웠다. 기원전 3세기부터 알렉산드리아, 페르가몬, 안디옥 등 헬레니즘 중심지에서 의사들이 전문화되고 인체해부가 처음 실시되면서 의학은 새로운 전성기를 맞았다. 기원후 1세기부터 마취가 수술 중 사용되었다. 페르가몬의 갈레노스 때 의학이 전성기를 맞은 이후 한 동안 발전이 멈췄었다. 로마시대에 여성이 의료행위를 하기도 하였다. 히포크라테스 때부터 갈레노스 때까지 많은 의과대학들이 Kos, Knidos, Rhodes 등에 세워졌다. 의학, 수술, 조제는 많은 사람들이 찾는 열린 공간이나 환자의 집, 또는 사제가 신전에서 치료를 하는 아스클레피온에서 실시되었다.
의학의 번영과 발달은 고대 문헌뿐만 아니라 고고학적 발견을 통해서도 입증이 되었는데 다수의 의학도구들이 오늘날까지 보존되고 있다. 이 도구들은 의사들이 진찰, 수술, 치료를 할 때에 사용했던 것이다. 대부분은 로마시대의 기원후 1세기~3세기 것들인데 머리카락을 제거하는 포셉은 기원전 8~6세기 것이고 사혈 그릇은 기원전 500~400년 때의 것이다. 많은 도구들이 의학의 신의 상징으로 장식되어있다. 흔히 뱀으로 장식되어 있으며 페르가몬의 아스클레피온과 관련된 쥐로도 장식되어 있다.
한편, 아스클레피오스 신, 하이기아 신을 표현한 석상이 다수 전시되고 있었다. 아스클레피오스는 아폴로와 님프 코로니스의 아들로, 트리케의 영웅이자 의사로 숭배받았던 Thessaly 출신이라고 알려져있다. 신화에 따르면 그는 켄타우로스 케이론(Cheiron)에게서 허브의 치료효과를 배웠다. 그의 아내는 에피오네(Epione)이고 딸들은 하이기아(Hygieia), Iaso, Akeso, Aigle, Panakeia, 아들은 Podaleirios, Machaon, Telesphoros, Akesis, Eumarion, Alxenor, Ianiskos 였다. 아스클레피오스를 숭배하는 것은 기원전 6세기 말 펠로폰네소스 반도에서 시작되었다. 기원전 5세기 후반부터 특히 4세기까지 이 인류애적인 신에 대한 숭배가 널리 퍼져서 그의 신전이 사실상 모든 그리스 도시에 지어졌다. 그리스에서 아스클레피오스 숭배 중심지는 Epidauros에 있는 신전, 아테네 아크로폴리스의 남쪽에 있는 신전, 코스 섬에 있는 신전이었다. 아스클레피오스는 마법, 약, 연고, 수술로 환자를 치료했고 환자들이 꿈을 꿀 때(incubation, or enkoimesis) 치료법을 설명했다. 신화에 따르면 그는 죽은 자를 살리는 힘이 있었으며 이렇게 자연의 법칙을 거스름으로써 제우스의 화를 불러일으켰다. 그래서 제우스는 아스클레피오스를 Serpentine 별자리로 만들었다. 아스클레피오스는 중년의 나이에 수염을 기르고 재생의 상징인 뱀과 함께 표현된다. 숭배자들은 그를 구원자, 의사, 경청자로 불렀고 사지, 몸, 장기 모형, 작은 조각품, 석조 등을 바쳤다. 숭배자들은 종종 헌정물에 제물을 바치는 모습이 자그마하게 묘사되어 있다.
아내 에피오네와 딸 하이기아와 함께 신전에 있는 아스클레피오스가 숭배자들의 헌신을 받고 있는 모습이다. 지팡이를 뱀이 휘감고 있는 의학의 상징이 조각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으며 일반 숭배자들보다 더 크게 조각해 신성성을 보여주고 있다. 수많은 봉헌 부조들과 묘사되어있는 의학의 신, 숭배자들을 보면서 그때 당시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었다.
박물관을 둘러본 후 배고픈 배를 채우기 위해 모나스트라키 시장으로 향했다. 모나스트라키 시장은 신타그마 광장과 가까이 있는 시장으로 식당과 가게들이 줄서있어 사람들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낡았지만 주변에 여전히 남아있는 유적들과 함께 어우러져 그리스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보여준다. 밤이 되면 식당 여기저기서 호객행위를 하며 그리스 전통 음악을 연주해 한층 활기차진다. 내 입맛에 딱 맞아 매 끼니마다 먹던 그릭샐러드와 그리스식 꼬치인 수블라키를 먹은 후 다음날 비행기를 위해 숙소로 돌아가 짐을 챙기고 공항으로 향했다.
<참고>
- 아테네 신 아크로폴리스 박물관 http://www.theacropolismuseum.gr/
- 국립 고고학 박물관http://www.namuseum.gr/
Αρχική - Eθνικό Αρχαιολογικό Μουσείο
www.namuseum.g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