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의학사 탐방

[서양의학사 탐방] 5. 독일에서 본 서양의학사

내 꿈은 노마드 2020. 8. 23. 20:06

- 독일 본 The Horst-Stoeckel Museum of the History of Anaesthesia

& 베를린 샤르테 의학사박물관

& 베를린 뮌센 인체박물관

& 드레스덴 위생박물관 - 


<독일 본 The Horst-Stoeckel Museum of the History of Anaesthes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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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뤼셀에서 베를린으로 이동하기 전 본에 들렸다. 바로 본의 The Horst-Stoeckel Museum of the History of Anaesthesia을 방문하기 위해서였다. 기차에서 내린 본의 모습은 우중충하여 음침한 분위기였다. 박물관은 본 기차역에서 꽤 먼 거리에 있었기에 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박물관은 본 대학교 병원 내의 한 건물에 있었는데 대학교 전체에 건물이 70개 이상 있을 정도로 너무 넓어서 박물관을 찾는 데에만 거의 1시간이 걸렸다. 박물관에 들어가니 노년의 교수님께서 나를 맞아주셨다. 그 분은 바로 Horst-Stoeckel 교수님으로, 마취 관련 도구들과 자료들을 수집해 박물관을 만드신 분이었다. 교수님은 마취학 전공이셨는데 은퇴 이후 수집을 하시면서 뜻을 확장해 박물관까지 설립하게 되었다고 하셨다. 물론 대학의 지원을 받으셨겠지만 개인이 모았다기에 꽤 방대하고 체계적인 박물관이었다. 전시 설명이 독일어로만 되어 있어서 이해가 어려웠는데 교수님께선 친절히 전시품들을 간략히 소개해주셔서 도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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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e Horst-Stoeckel-Museum of the History of Anaesthesia는 1846년 근대 마취가 시작되었던 점에서부터 160여년에 걸친 의학 역사를 다룬다. 1000점이 넘는 수집품들은 50개의 전시열에 주제에 따라 전시되어 있다. 첫 번째 관은 마취의 발달과 계속되는 진보를 보여준다. 액체를 떨어트리는 마취에서부터 현대 통합된 마취 워크 스테이션까지 다루고 있다. 특징은 아편, 큐라레, 코카와 같은 생약학 수집품을 포함한 마취 연관 약물을 전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두 번째 관은 마취로부터 유래하거나 마취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특별주제를 다룬다. 획기적인 기도 삽관법, 아편 알칼로이드에서부터 큐라레, 정맥마취제까지의 약물 발달, 장기적인 기계환기와 응급 의학의 역사 등이 그 주제이다.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1930년의 수술실이다. 투입 장비, 마취 장비, 수술대, 조명, 기구 캐비넷을 포함해 보두 그 시기 진품들이 진열되어 있다. 박물관을 둘러본 이후 교수님께서 본 기차역까지 차를 태워주셨다. 교수님의 친절 덕분에 편안히 본 기차역에서 베를린으로 올 수 있었다.

 


<독일 베를린 샤르테 의학사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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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를린에 도착했을 시점, 나는 쌓인 피로 때문에 힘든 데에 비 내리는 안 좋은 날씨가 겹쳤다. 이러한 우중충한 날씨는 나보고 쉬라고 하는 것이 틀림 없다고 생각해 하루 종일 휴식을 취했다. 다음날 방문한 샤르테 의과대학 의학사박물관은 유럽에서 방문한 박물관 중 가장 체계적으로 의학사를 전시한 곳이었다. 19세기 후반, Rudolf Virchow(1821-1902)는 그가 근무하던 샤르테에 방대한 병리해부학적 표본 수집품을 만들었다. 유명한 베를린의 병리학자였던 그는 내과의, 학생들, 관심 있는 대중들이 피부 밑을 살피고 모든 질병을 볼 수 있게 하고 싶었다. 보고 이해하는 것이 건강과 질병에 관련한 행동 변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것이 그의 바람이었다. 1899년 6월 27일 Virchow는 새로운 병리학 박물관을 열고 2만 점이 넘는 표본을 전시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선도적인 샤르테의 병리학자들은 심하게 훼손된 수집품을 복구하는 데에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1998년이 되어서야 샤르테 박물관을 다시 개관할 수 있었다. 오늘날 Berlin Museum of Medical History at the Charite라는 이름 하에 상설전시관에서 Virchow와 관련된 수집품을 전시하고 있다. 수많은 표본 외에도 다양한 모델과 왁스 밀랍, 실험에서 사용된 장비, 진단 및 치료 도구들을 전시하고 있다. 오늘날 박물관의 핵심은 Rudolf Virchow가 모았던 표본실이다. 750가지의 보존된 장기들이 전시되어 있다. 이 표본들은 여전히 연구와 교육, 관심 있는 대중들에게 정보 전달의 목적으로 이용되고 있다. 주로 가장 중요한 인체 기관과 기관계를 다루고 있다. 정상적인 해부구조는 물론 잘 알려지거나 특별한 질병 관련 구조도 전시되어 있다. 다양한 배아 및 태아 기형은 오늘날 발달 관련 연구에 도움을 준다. ‘의학역사 300년’관은 2007년에 개관해 이 박물관의 특징이 되었다. 지난 300년에 걸친 의학 역사의 핵심을 세밀하게 다루고 있다. 출발점은 샤르테가 전염병 병원으로 설립되었던 시기와 유사한 1700년대이다. 해부극장에서부터 병리학자의 해부실, 임상 의학에서부터 21세기 현대 연구 실험에 이르는 의학 전문화까지를 보여준다. 특별 섹션에선 국가 사회주의 하에 독일 의학이 어떠했는지를 보여준다. <The Historical Patients’Ward>관에서는 환자 역사를 전시하기 위해 독특한 접근을 취했다. 10개의 침상에서 다양한 질병에 걸린 환자들 케이스를 볼 수 있다. 1727년 17세 산모의 힘든 출산, 1958년 소아마비에 걸린 3살 Hans G., 2006년 혈액 오염으로 인해 샤르테에서 집중치료를 받은 55살 남성 등이 그러한 케이스이다. 각 케이스에서 환자들 개인의 환경, 생각을 접할 수 있으며 그 때 당시 질병에 관한 치료법을 볼 수 있다.

 

 


<베를린 뮌센 인체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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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에서 제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의 만행을 다룬 Topography of terror, 유대인 기념비를 갔다 왔다. 유대인 기념비 사이를 거닐며 비극과 처참함을 느끼고 점심을 먹으러 이동하던 길이었다. 횡단보도를 건너는데 익숙한 얼굴이 보여 멈칫하니 같은 숙소 방을 쓰는 친구 Krishna였다. 그녀는 친구와 약속이 꼬였다며 점심식사를 같이 하자고 제안했다. 런던에서 자주 갔다는 바피아노가 있어 그곳에 함께 들어가 식사하며 이야기를 했다. 그녀는 인도인이지만 평생을 런던에서 산 영국인이기도 했다. 내가 의학을 전공한다는 말을 하자 자신이 다녀온 흥미로운 박물관을 추천해주었는데 그곳은 TV타워 옆에 있는 뮌센 인체 박물관이었다. 사전 계획에 없었던 곳이지만 의학과 관련 있는 박물관이었기에 다음날 방문하였다. 베를린 뮌센 인체 박물관은 인체의 신비 전시전과 같은, 인체의 여러 부분을 전시해놓은 박물관이다. 의학적, 과학적인 측면보다는 일상적이고 감정적인 측면에서 인체를 바라보았다. 발레리나의 인체, 운동선수의 인체를 해부해 인체의 움직임 속에서 내부 기관들이 어떻게 자리하고 있는지를 살필 수 있다. 또한 영양분을 과다 섭취했을 때 신체 내부에서 어떠한 반응이 일어나는지를 보여준다.

 


<드레스덴 위생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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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를린 다음으로 향한 곳은 드레스덴이었다. 드레스덴은 베를린에서 기차로 약 2시간 떨어진 곳으로 고풍스러운 구시가지와 강가의 야경이 유명한 곳이다. 드레스덴에는 다른 도시에 비해 여행객들이 많지 않아 호스텔이 없었기에 싱글룸을 묵었는데 이 호텔을 찾는 것이 참 어려웠다. 저녁시간에 도착해 호텔 직원은 퇴근했고 내가 스스로 숙소를 찾아가 비밀번호로 문을 열고 들어가야 했는데 그 모든 정보가 담긴 핸드폰의 전원이 꺼진 것이다. 내가 내린 지하철 정류장은 인적이 드물었고 심지어 콘센트도 존재하지 않았다. 이 방향인가 하고 찾아간 곳엔 다른 호텔이 있었고 어쩔 수 없이 그곳에 부탁해 핸드폰을 충전하고 내 호텔의 위치를 물었다. 덕분에 나는 호텔 1km 옆에서 방황하며 전전긍긍하던 것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짐을 풀고 휴식을 취한 후 다음날 위생박물관을 방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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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레스덴 위생 박물관은 1912년 독일의 유명한 치위생용품 생산회사인 ‘오돌’의 사장 칼 아우구스트 링그너가 설립했다. 독일 국민들에게 건강과 위생, 의학 상식 등을 교육하기 위한 목적으로 자료를 수집했다. 각종 전시실에 인류의 진화, 영양, 성생활, 삶과 죽음, 육체의 아름다움에 대한 이미지와 이상형, 스포츠와 인체 운동, 뇌와 사고능력 등으로 주제를 나눠 자료를 전시한다. 1911년부터 박물관은 교육 목적으로 인체에 관한 이미지, 모델, 표본을 만들어왔다. 16세기의 초기 해부학자들은 분해된 인체 조직 표본을 보존하는 방법을 고안했고 해부모델을 발전시켜 일시적인 연구가 이후의 연구를 위해 보존되도록 했다. 표본은 실제 인간을 증명한다 해부모델은 개인의 특성을 제거하고 전형적인 인체를 보여준다. 그러다가 1895년 X-ray의 발견 훨씬 전인, 17세기 현미경의 발명으로 최초로 맨눈으로 인체를 관찰하는 기술적인 도구가 생기게 되었다. 그러나 19세기 중반 현미경의 산업적 생산이 시작되어서야 과학계에서 많이 사용하게 되었다. 현미경은 위생과 건강교육에 필수적이다. 현미경은 병균을 보이게 해서 건강한 조직과 질병에 걸린 조직을 비교할 수 있게 한다.

  삶과 죽음 부스에는 피할 수 없는 죽음에 관하여 생각해보았다. 탄생과 죽음은 인간의 삶에서 바꿀 수 없는 경계이다. 개인은 각자 이 두 점 사이에서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나간다. 건강과 질병은 그 과정에서 발달에 중요한 경험이다. 건강 상태와 질병에 따라 개인의 삶이 달라진다. 과학과 의학의 진보는 삶의 시작, 질병의 경과, 노화의 원인에 관한 발견을 이끌었지만 새로운 진단 및 치료 과정들은 삶의 시작과 끝에 대한 의문과 같은 윤리적인 논쟁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새로운 생명의 시작은 언제부터인지, 삶의 끝을 인간이 결정해도 되는 것인지에 대한 논쟁이 여전히 존재한다. 앞으로 기술이 발전하면서 인간의 존엄성, 기술의 활용범위, 윤리성에 대한 논의가 더욱 많아지고 중요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와중에 어떠한 가치관을 갖고 살아갈 것인지 고민이 깊어진다.

 

 

 

 

 


<참고>

- The Horst-Stoeckel Museum of the History of Anaesthesia

http://www.ukb.uni-bonn.de/42256bc8002af3e7/vwWebPagesByID/003C554C434F867AC1257147003F7721

- Berlin Museum of Medical History at the Charite  www.bmm-charite.de/en/index.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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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enschen Museum Berlin http://www.memu.berlin/en/

- The German Hygiene Museum http://www.dhmd.de/en/